일상리뷰

[책추천 리뷰] 책발전소 북클럽 2022년 2월의 책, "그리움의 정원에서"

이지지니 2022. 2. 24. 16:26

그리움의 정원에서

책발전소 북클럽의 2022년 2월의 책, "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작가 이름을 듣기만 해도 프랑스인이겠구나 했는데 프랑스 시인이다.

 

시집은 아니고, 산문집 같은데 문장 하나하나가 아주 시적이다.

읽는 동안 문장 하나하나 문학작품을 읽듯이 한번 생각하고 읽게 되는 책이었다.

 

1995년 8월 12일.

작가의 삶이 완전히 뒤바뀐 날이다.

 

사랑하던 지슬렌을 잃은 날, 1995년 8월 12일.

이 책은 이 날을 기점으로 바뀐 작가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그동안 그녀와의 있었던 추억에 대해서 기술한다.

 

이 책은 곧 지슬렌이고, "사랑"이라 표현할 수 있다.

한구절 한구절에 사랑이 느껴지고, 작가가 지슬렌을 생각하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지슬렌은 작가의 전부였고, 지슬렌을 안 순간부터 작가가 죽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 같다.

 

"나는 이 이미지를 내 곁에 간직하고, 내 옆에 잡아둘 수 있는 빛을 찾는다. 너에 대해 씀으로써 그 빛을 찾는다.

네가 남겨놓은 숙제를 해야한다는 듯이. 이 숙제는 여전히 선물과 같다. 어쩌면 가장 순수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지슬렌, 네게 감사한다. 널 잃음으로써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 상실에 감사한다."

 

작가도 지슬렌에게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지슬렌 또한 따뜻한 사람이었다.

"주방으로 가는 복도 바닥에서 60센티미터 높이에 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이 인쇄된 달력을 걸어놓았다.

달력을 그렇게 낮게 걸어 놓은 걸 보고 놀라는 내게 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앞을 지나다니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거라고, 아름다움은 다른 것들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우리를 깨우친다고 설명한다."

 

세상에, 아이의 시선을 생각한다니!! 나 살기도 바쁜 시간에 아이들의 눈높이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니.

이런 부분이 작가가 지슬렌에게 사랑에 빠진 이유가 아닐까?

 

책은 얇지만 참 무게가 있는 책이다.

작가가 지슬렌에게 쓴 편지이고, 문장마다 진심이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미래는 아무것도 아니다. 과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현재의 순간이 우리가 죽는 순간과 조우할 때까지, 우리에게는 단지 현재의 순간만 주어져 있을 뿐이다."

현재의 순간만 살아가기에 작가는 지슬렌과의 현재를 생각하는 것 같다.

문득 지슬렌이 곁에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지슬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을 다 쓰고도 다음번에도 지슬렌과 관련된 책을 쓰겠다고 한다.

 

가끔 노년 부부의 뒷모습 사진을 보면 저 긴 세월 함께 살아간다면 어떤 느낌일까?

저 긴 세월을 어떻게 지내왔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지슬렌이 중년의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이렇게 끝없이 말을 걸어주는 작가와 함께한다면,

그리고 작가가 이세상을 떠나는 날을 생각해본다면, 내가 봤던 노부부의 모습이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